모처럼의 한가로운 주말 회사 동료와 단 둘이서 관악산 일주 계획을 세웠다.
둘다 산을 잘 모르면서 인터넷에서 기사하나 보고서 7시간짜리 종주코스를 선택했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사당에서 출발해서 신림으로 빠지는 코스로
전체 구간을 잘 만들어 놔서 길 따라 사람따라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두둥~~~
준비안되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의 산행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지 이날 처음 알았다.
암벽을 기어 내려오고 절벽을 걷고, 밧줄타고, 나뭇가지에 이리 저리 긁혀가며 내려와서
살아서 내려 간 것만으로 기쁜 마음에 술 한잔 하고 마무리를 했다.
9시 넘어 만나서 사당에 도착하니 얼추 9시 40분.
그런데 관악산은 어디?
우리는 올라가는 길도 모르는 거다^^
일단 담배 하나 피면서 분위기를 보고 지하철 역 주변에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출발~~~
사람들 틈에 껴서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목표는 연주암~~~
얼마 오르지 않아도 서울의 멋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저멀리 남산, 한강 그리고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들
연무가 없고 날이 좀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아쉬움을 남겨야 또 오지 않을까...
관악산 여기 저기에는 너무 멋진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어서 모든 곳이 포토존이다.
첨엔 이곳이 국기봉인가 했다.
이렇게 국기 곶혀 있는 곳이 관악산에만 한 10곳 정도 된다고 한다.
폼한번 잡고 파란하늘과 암석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등산과 사진 둘다 만족 시켜 주는 곳이다.
밤새 눈이 왔다는거 관악산에 올라서야 알았다.
나중에 눈이 쌓이면 어떤 모습일지...
산에 술마시는건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족발에 막걸리를 마시는 아름다운 풍경은 절대 벗어 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다.
취하도록 마신다는게 아니고 딱 한, 두잔만 ^^
여기 화장실 있다^^
근데 그다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름이 더 무서운 깔딱고개
능선을 따라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다.
산의 향과 여유를 담기엔 사진이 참 부족하다.
이때까지가 참 좋았던 산행이었던거 같다.
너무나도 여유롭고 행복했던 시간이고 여기를 벗어나면서부터 고난의 길은 시작되었다.
저걸 보면서 무언가 길이 잘 못되었다는걸 알았어야 하는건데 ...
육봉에 현혹이 되어서 잘못된 길인줄도 모르고 넘기 시작했다.
이렇게 멋진 곳을 어찌 안 가볼까...
그냥 오르고 오르다 보니 점차 우리주변에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한참 이런 산행을 즐기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인터넷에 이런글 없었는데...
무심코 뒤돌아 보니 우리 주변엔 단 한명도 안 남았고 길도 안보이고 다시 돌아 보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우리가 무언가 깨달았을때는 이미 많이 늦어 버렸다.
일단 종주는 포기하고 어찌되었든 내려가기로 했다.
근데 길도 안보이고 사람도 없고...
한참을 지나서야 아쩌시 한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이길로 쭈욱 내려가면 50분이면 과천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말을 듣고서야 살짝 안도를 하긴했다.
위에 바위위에서 오른쪽? 왼쪽? 어디든 선택을 해야 했는데
왼쪽은 절벽이다.
오른쪽은 좀 무난해 보이고
그래서 오른쪽을 선택했다...
우씨... 왼쪽을 좀 더 살필걸...
겨울에 산은 일찍 올라야 하는데 시작도 늦고 해는 져가고 아 증말...
나무에 묶여있는 빨갛고 파란 표시를 못 본지는 한참이 되었다.
그냥 계곡따라 내려 가는데 길이 쉽지않다.
사람키 정도의 절벽도 만나고 ...
이 무슨 어드벤쳐인지...
정말 액션, 어드벤처, 호러 산행이었다.
살다 살다 서울 한복판에서 119에 조난 신고 할뻔했다.
도로에 까지 나가서야 안도를 하고 술한잔 마시며 산행을 되세기고는 헤어졌다.
또 이런 경험 해볼 기회가 있을까?
힘들었지만 나름 재밌었다.
미니룩스, 센츄리아, 슈퍼리아100, 코닥 프로이미지100, 코스크코스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