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기다리던 불꽃축제, 이제는 가을에 하는 대표 축제처럼 자리매김했네요.
처음 2005년에 가보고 매년 가야지 했는데 6년이 지나서야 다시 찾았습니다.
2005년에 갔을 때의 기억은 어마어마한 인파와 추위였습니다.
7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했을 때 2시간 전에 가도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텐트를 준비해서 일찌감치 오셔서 자리 잡는 분들도 있는데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올해는 좀 더 일찍 가봐야지 했는데 사정의 여의치 않습니다.
딱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자리가 없습니다.
가는 길에 파는 치킨, 족발 등의 먹거리를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실수였습니다.
다음엔 꼭 눈에 보이자 마자 사야 할까 봅니다.
겨우 쏘세지와 김밥과 맥주를 사서 없는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63빌딩이 보이는 맞은 편을 찾아서...
또 가능한 높은 곳으로
한강변 위쪽 난간 쪽에 자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없었습니다.
겨우 자리를 찾아서 앉을 수 있었는데... 이런 도깨비 가시가 엄청납니다.
제 옷에 날라와 붙는지 여기저기 찔려서 도저히 그냥 앉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남자 둘이라 돗자리도 준비않했는데 후회막급입니다.
비닐로 대충 깔고 겨우 앉았습니다.
일단 앉아서 맥주에 소세지와 김밥을 후딱 먹었습니다. ^^
역시 고기가 들어가야 마음이 행복해 지네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어 볼까하고 트라이포드를 펼치는데 이런 ....
카메라와 연결하는 곳이 꽈악 끼어서 풀어지지 않습니다.
집이었으면 망치로라도 돌려서 풀었을 것을...
한 30분 시도하다가 포기했습니다.
트라이포드 없이 어찌 야경을 찍을 가 막막하기만 합니다.
대충 나사에 살짝 걸치고 찍어 보니 조심하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같이 온 동료는 디카를 들고 왔고 저는 필카입니다.
일단 동료에게 테스트 샷을 찍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2005년)의 know-how에 따르면 iso 200, 조리개 11, 셔터 스피드 2초 정도면 왠만하면 잘 나오고 너무 밝으면 조리개를 쪼여주면 된다고 알려 줬습니다.
저도 얼추 준비하고 릴리즈 (필카는 무선 리모콘 없음) 작동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일단 24mm 장착하고 대기
마침내 첫 발이 쏘아졌습니다. 7시 30분에 시작할 줄 알았더니 그전에 먼저 쏴버리네요^^
슬슬 저도 준비를 하고 찍는데 트라이포드가 없다시피 한 상태라 마음에 여유가 없습니다.
그 바람에 필터를 빼고 찍는 다는 것도 깜빡 잊었습니다.
저 믿고 따라온 동료에게도 말을 못 해줬네요.
렌즈를 바꿔 볼 엄두도 안 나고 다중촬영이나 장노출을 이용하는 것도 다 잊었습니다.
그냥 릴리즈 붙잡고 허공을 보며 감으로 찍었습니다.
정신 없이 찍으면서 상황에 따라 조리개를 조정해 줬는데 제가 좀 잘못 생각했습니다.
iso 100 필름에 조리개 22에 4~8초 정도 줬는데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정신 없다 보니 촛점링을 자꾸 건드려서 무한대에서 조금씩 돌려지고 자꾸 흔들리고...
결정적인 순간엔 !!!
필름을 갈아야 하고
더더더 큰 문제...
아까 마신 맥주 두캔이 신호를 보냅니다.
으으...
어쩔까 하다 화장실을 가기로 했습니다.
인파를 뚫고 도깨비 가시를 비집고 나가서 ...
하지만 볼일을 보고 나니 넘 행복합니다.
그런데...
깜깜한 어둠 속에 원래 제 자리를 못 찾겠습니다. ㅠㅠ
전화를 해도 전화는 바보, 멍텅구리가 되있고...
그렇게 저렇게 겨우 자리로 돌아 왔습니다.
또 도깨비 가시를 발라내 주고 ^^
마지막 우리나라는 정말 화려했습니다.
이때 쯤 옆에 동료 카메라를 리뷰로 보면서 데이터를 조금씩 조정하게 했습니다.
iso 200, 조리개 11에 셔터 스피드는 2초에서 8초 사이로...
그런데 전 조리개를 16으로 낮추고 iso 200 필름으로 바꿨습니다.
디카였다면 아마 조리개 11 놓고 셔터스피드를 과감히 늘렸을 텐데...
보이지 않고 하니 함부로 고치지를 못 했네요.
또 나중에 증감할 생각으로 그냥 밀고 나갔습니다.
잘 구경하고 열심히 찍었네요.
또 좋은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 한강 맞은편에서 보이는 화면 기준
불꽃 작게 터지는 것은 iso 200 조리개 8~11, 셔터스피드 2~8초, 화각은 35mm, 50mm
불꽃 크게 터지는 것은 iso 200 조리개 16~22, 셔터스피드 2~4초, 화각은 24mm
가끔 장노출 사진도 재밌는게 많이 나오는데 너무 오래 개방하면 불필요한 게 보여 도리어 지저분해지기도 했습니다.
전체 찍은 사진을 보니 35mm로 찍으면 좋았을 사진이 50%, 50mm로 찍었으면 좋을 사진이 20%, 24mm 3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필카는 1:1 바디입니다. 디카라면 17-40 정도에서 상황에 맞게 화각을 잡아 가면 될거 같네요.
다섯통을 찍었는데 걔 중에 괜찮게 나온 몇 컷을 올려봅니다.
불꽃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또 날까롭게 떨어지는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변 거리와 건물 빛은 뭉게져 보이는게 촛점이 나가보이고 영 맘에 안듭니다.
노출이 너무 언더네요.
증감을 +1 했는데 iso 100, 200 짜리 필름은 +2 이상하면 입자가 거칠어 진다는 어렸을 적 편견에 사로 잡혀 차마 그러질 못했습니다.
사실 +2가 아니고 +3은 돼야 겨우 볼 만할 듯 합니다.
불꽃이 꽃다발 같은 모양으로 잘 찍혀 주었습니다.
이것도 좀 장노출이었던거 같은데 가끔 장노출 사진이 좋은 결과물을 보여 주기도 하는거 같습니다.
이것도 장노출~~~
그래도 좀 많이 언더로 찍혀서 화려함이 쫌 떨어져 보입니다.
담엔 꼭 노출을 잘 줘봐야 겠습니다.
걔중에 걸리는 사진 중 하나^^
밤송이 불꽃입니다. ^^
불꽃을 보는 즐거움을 맛보고
축제를 즐기고
사진 찍는 즐거움을 맛 보았습니다.
함께한 동료와 근처 호프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고생한 얘기 사진, 불꽃 얘기를 나누니 더 없이 즐거웠습니다.
역시나~~~
다음에 또 불꽃 축제에 와야 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으나 애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인파라 어여 애들이 크기를 기대해봅니다.^^